창문난간대


창문난간대

소설의 고 가 객은 문인과 영화인, 기자, 화가, 변호사, 건축가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주를 이루었다.

주인 염기정(사진)씨는 1988년 신촌파출소 옆 골목에 연 ‘시몽’을 시작으로 이대 근처 지하술집 ‘소울’, 신촌 굴다리 옆 2층 ‘볼쇼이’, 신촌 기차역 옆 ‘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’를 거쳐 96년 인사동으로 옮겨 ‘소설’을 옥호로 삼은 이래, 중간에 1~2년씩 일산과 제주에서 운영한 것만 빼고는 지금까지 인사동 언저리를 떠나지 않았다.

때로 주인장이 마음에 안 드는 손님에게 “너, 우리 집에 오지 마!”라며 ‘추방령’을 내리기도 했다.

영업을 하지 않는 지난 26일 오후 ‘소설’에서 만난 염씨는 말했다.

주인장의 ‘반칙’은 이뿐만이 아니었다.

” 최재봉 선임기자 bong@hani.co.kr,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@hani.co.kr 연재짬 “상처입은 이웃종교 도왔다고 파면이라니 씁쓸”“단골술꾼들이 ‘소설’의 가장 훌륭한 인테리어였지요”“건강 허락할 때까지 역사인물 50명 정리해보겠다”“이어도 ‘국민 관심’ 커지면 중국도 함부로 못할 것”“한반도 최대 골칫덩어리 ‘사드 해법’ 풀어드립니다” “고등학생 때 소설을 습작하던 문학소녀였고,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사랑방 구실을 했던 서울 가회동 술집 소설의 염기정 사장이 폐업을 하루 앞둔 26일 가게에서 30년 ‘술 인생’을 추억하고 있다.

홍상수 감독의 영화 의 무대로도 등장했던 지금의 가회동 자리로 온 것은 2010년. “적잖게 떠돌아다녔지만, 내 의지로 그만둔 적은 한번도 없었다”고,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사랑방 구실을 했던 서울 가회동 술집 소설의 염기정 사장이 폐업을 하루 앞둔 26일 가게에서 30년 ‘술 인생’을 추억하고 있다. <br><br> 소설에서 주인과 손님의 경계는 자주 희미해졌다. <br><br> 결국은 장사가 안 돼서 문을 닫게 된 셈이지요.”  이제 그는 올초 여행하면서 좋은 느낌을 받았던 태국 치앙마이로 거처를 옮긴다. <br><br> 좋아하던 작가들을 우리 집에서 다 만나긴 했지만, 술집 이름 ‘소설’이 꼭 문학작품만을 가리킨 건 아니었어요. 그보다는 함께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가 담기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고른 이름이지요.”  그렇게 소설에서 따뜻한 이야기를 나눈 이들 중에는 유명인이 적지 않다. <br><br> 일산에서 잠시 ‘그 나무’를 하다가 망한 뒤 2002년 인사동 백상빌딩 지하에 다시 ‘소설’을 열 때에는 단골 30여명이 ‘선불’ 술값으로 모아 준 2천만원으로 권리금과 보증금을 충당하기도 했다. <br><br> “그렇다고 가  해서 영영 돌아오지 않겠단 건 아니에요. 나중에 언젠가는 작은 공간에서 단골들과 다시 어울리면서 옛날 이야기도 하면서 늙어 가고 가  싶어요.”  신촌 시절까지 합쳐 소설 시대 30년의 종언을 아쉬워하는 단골들은 새달 10일 저녁 서울 인사동에서 환송 파티를 열기로 했다. <br><br> 그는 처음부터 “아는 사람만 오는 술집”을 염두에 두었고 그런 ‘영업 방침’은 지금까지 변함없이 이어져 왔다. <br><br>   28살때 친구들과 어울리고파 ‘개업’  손님들과 기타치며 노래하며 30년  영화인·기자·작가 등등 “우리 식구”  망했을때 ‘술값 선불’ 모아 재개업도   새달 타이 치앙마이로 떠날 예정  “다시 돌아와 옛날 이야기 할 수도”    “광화문 ‘여름’, 신촌 ‘겨울나그네’ 같은 곳으로 매일 술을 마시러 다니던 이십대 후반 어느날 문득 생각했어요. 아예 내가 술집을 해 보면 어떨까.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매일 술 마시고 노래하며 놀고 거기다가 돈까지 번다니! 무엇보다, 거기 있는 술이 다 내 것이라 생각하니 좋았어요.” 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면서 저녁이면 술 마시고 노래하는 것을 인생의 낙으로 삼던 그가 처음 ‘시몽’을 시작했을 때 사업보다는 친구들과 노는 공간을 생각했던 것이다. <br><br>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@hani.co.kr
			

   “스물여덟에 시작했는데 어느덧 쉰여덟이네요. 그날이 그날 같은 날들이었는데 돌아보니 30년이에요. 그래도 이 안에서 세상 모르고 즐거웠구나 싶어 아쉬움은 없어요.”  문화예술인들의 사랑방 구실을 해 온 서울 가회동의 술집 ‘소설’이 27일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. <br><br> 풍류남이었던 소설가 고 이윤기, 주인장이 “인생의 스승”이라 여기는 건축가 조건영, 매일 똑같은 옷을 입고 가  와서는 역시 매일같이 ‘메기의 추억’을 벨칸토 창법으로 부르던 시인 김정환, 인사동을 지나다가 우연히 간판을 보고 들어왔던 재일동포 영화감독 최양일과 그가 데려와서 열성 단골이 된 영화제작자 차승재, 역시 영화제작자인 이준동, 영화배우 정진영과 김의성, 전 서울문화재단 대표 조선희와 대중문화평론가 임범 등 전·현직 기자들, 공연 기획자 주홍미 등등.  “술집 주인 30년을 했는데 왜 이렇게 돈이 없지 싶을 정도로 제가 돈복은 없지만, 사람복은 있구나 싶어요. 단골들이 소설의 가장 훌륭한 인테리어였지요. 그런데 그 단골들이 늙어 가는 모습을 보는 게 저로서는 힘들었어요. 각자의 분야에서 성실하게 일하는, 어느 면에서는 여전히 청년들인데 어떤 순간에는 그들의 피로감과 꼰대성 같은 게 보이는 거예요. 나이 들면서 술을 못 마시게 되니까 발길도 뜸해지고요. 그렇다고 젊은 세대에 영합할 생각은 없고 가 ,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@hani.co.kr
“치앙마이에 가면 때로는 여기 사람들이 사무치게 그리운 밤이 있겠지요. 그렇지만 그게 무섭지는 않아요. 서로에게 기댈 때는 기대고 떠날 때는 떠나는 게 삶이니까요. 그렇더라도 저는 언젠가는 돌아올 겁니다.

새달 13일 출국하는 ‘원웨이 티켓’을 끊었노라고 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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